나에게 행선지가 있어,
그곳을 향하는 기차에 올라타,
통로 쪽 좌석에 앉는다.
차량과 좌석의 번호는 내가 선택하였으나,
누군가 이미 선택하고 남은 자리 중 택한 것이니,
온전히 선택이라고 할 수 없고,
타인의 선택이 만든 우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였다는 점에서 굳이 운명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본다.
이내 비어 있던 옆 자리로 한 승객이 다가와 머쓱한 인사를 건네니,
잠시 내 운명적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그의 운명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이군요. 당신의 행선지는 어디인가요’
정적 속에 건내는 침묵의 인사는 답을 구할 의도는 아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이군요. 좋은 여행을 되길 바라요’
창밖을 보기도, 졸기도 하는 동행을 옆에 두고,
나는 책을 읽기도 하고, 졸기도 하였다.
짐을 챙기는 부스럭거림에,
놀랄새라, 불편할새라,
얼른 일어나 길을 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다시 홀로 앉아, 생각한다.
운명적 자리에서 운명적 동행을 만났으나,
다시 내 운명에 홀로 앉았노라고.
그리고 홀로 앉아, 떠올려 본다.
나의 행선지는 어디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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