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verride System
“우주선의 발사 및 비행은 자동항법제어 컴퓨터와 지상통제소에 의하여 완전히 자동화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주비행사인 톰 소령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자동항법제어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예기치 못한 긴급 상황의 발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우주선에는 자동항법제어 컴퓨터의 작동의 중단시키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오버라이드 시스템, 또는 수동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우주비행사는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면서 수동 조종에 대비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항법제어 컴퓨터 자체도 고장에 대비한 2개의 자체 백업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므로, 톰 소령의 역할은 주로 시스템의 작동 상황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지상통제소와 교신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사를 앞둔 긴장감이 연구실을 채워가는 가운데, 한쪽에 마련된 텔레비전에서는 계속해서 대중의 관심들을 끌기 위해 마련된 특집 대담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석연구원 A가 본부장 B에게 말했다.
“오버라이드 시스템이 탐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톰 소령에게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닐세, 괜한 논란만 낳을 뿐이야. 자동항법제어시스템도 수 차례에 걸쳐서 검증을 마쳤지 않은가. 게다가 백업 시스템은 2개나 되고. 수동 조종에 나설 가능성은 0.01%도 되지 않을 거야. 있지도 않은 불안을 우주비행사에게 줄 필요는 없어. 만약에 그가 이걸 이유로 탑승을 거부한다면 온 언론이 주목할테고, 그렇게 되면 지난 10년간 들어간 막대한 공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
본부장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의 표정에서 씁쓸함과 불안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버라이드 시스템의 무게를 100kg만 더 줄이면 될 일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는 말인가’
그는 오버라이드 시스템의 경량화를 호언장담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번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6개월이나 더 필요하다니, 무책임한 자들 같으니라고.’
몇 달 전 개발된 오버라이드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으나, 문제는 무게였다. 그것은 너무 무거워서, 발사체가 감당할 수 있는 페이로드를 초과하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중량 감소를 위해 온갖 방법을 쥐어짜냈었으나, 결국 탑재한계의 100kg를 초과한 상태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었다.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6개월의 시간을 흘러보낸다면 그 누구도 자리를 보전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그래서 위원회는 오버라이드 시스템을 사실상 껍데기만 남기고 무거운 핵심 구성품들은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2. 톰 소령(Major Tom : 나)의 관점
발사가 다가오자 나는 점점 우울해졌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재앙처럼 느껴졌다. 이제 어느 곳을 가든 모두들 나를 알아볼 것이고, 내 연인은 이제 내 삶에서 추방될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는 나 역시 나의 연인과 그와의 사랑으로부터 영원히 추방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할 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맞을 때마다 나는 숨이 막혀왔다. 그 인터뷰를 보고 있을 내 연인이 느낄 참담함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는 반복되는 인터뷰에 유쾌하게 웃음을 지으며 대중들이 원할 정답들을 내어놓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사라지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오버라이드 시스템 매뉴얼을 미친 듯이 읽고 있었다. 3중으로 보호된 자동항법제어 시스템을 먹통으로 만들고 수동조작을 통해 우주로 사라질 방도가 있을터였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단순한 사고이며 숭고한 희생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그 누구도 내 소멸에 대해서 너무 큰 의미와 화제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연인도 나의 가족도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터였다. 매일마다 그 방편을 궁리하였지만 매번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고 랜치를 몰래 숨겨가서 우주선을 부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3중으로 보호되고 있는 자동항법제어 시스템이 먹통이 될 경우, 죄 없이 잘려나갈 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발사일이 다가왔고, 나는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숨긴 채, 삐에로처럼 미소지으며 손을 흔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3. Space Oddity 上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Take your protein pills and put your helmet on
단백질 알약을 복용하고 헬멧을 착용하십시오
Ground Control to Major Tom (ten, nine, eight, seven, six)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10, 9, 8, 7, 6)
Commencing countdown, engines on (five, four, three)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엔진을 가동합니다 (5, 4, 3)
Check ignition and may God’s love be with you (two, one, liftoff)
점화 확인, 신의 가호가 있기를 (2, 1, 발사)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여기는 지상관제소, 톰 소령에게 전합니다
You’ve really made the grade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And the papers want to know whose shirts you wear
기자들은 당신이 어느 유니폼을 입는지까지도 알고 싶어합니다 Now it’s time to leave the capsule if you dare
괜찮다면, 이제 우주선 캡슐에서 나와볼 시간입니다
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에 전합니다
I’m stepping through the door
지금 문을 나서고 있는데
And I’m floating in a most peculiar way
가장 이상하게 떠나디고 있습니다
And the stars look very different today
그리고 오늘따라 별이 아주 다르게 보입니다
For here am I sitting in a tin can
나 여기 깡통 안에서 앉아 있음에
Far above the world
세상으로부터 한참 멀리서
Planet Earth is blue
지구는 이렇게나 푸른데
And there’s nothing I can do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군요
Though I’m past one hundred thousand miles
10만 마일이 넘는 속도로 지나가고 있지만
I’m feeling very still
너무나 평온하게 느껴집니다
And I think my spaceship knows which way to go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우주선이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Tell my wife I love her very much
아내에게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She knows
그녀도 알고 있겠지만요
4. Malfunction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강력한 태양풍이 우주선을 지나간 것 같습니다. 거대한 이온 덩어리가 우주선을 덮치면서 회로기판을 태워버린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선 수치입니다. 자동항법제어 컴퓨터는 모두 타버렸습니다. 이제 오버라이드 시스템을 작동 시킬 수 밖에 없습….”
5. Space Oddity 下
Ground Control to Major Tom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Your circuit’s dead, there’s something wrong
회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Can you hear me, Major Tom?
들리나요, 톰 소령?
Can you hear me, Major Tom?
들리나요, 톰 소령?
Can you hear me, Major Tom?
들리나요, 톰 소령?
Can you hear―
들리나―
Here am I floating ’round my tin can
나 여기 깡통 안에서 떠다니는데
Far above the moon
달에서부터 한참 멀리서
Planet Earth is blue
지구는 이렇게나 푸른데
And there’s nothing I can do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군요
6. 다시 톰 소령(Major Tom : 나)의 관점
“톰 소령, 여기는 지상관제소입니다. 강력한 태양풍이 자동항법제어 컴퓨터의 회로를 모두 태워버린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버라이드 시스템도 함께 손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조작을 해보기를 권합니다. 매뉴얼을 보고 침착히 조작하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지상관제소. 오버라이드 시스템 작동을 시도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애초에 아무 것도 없었다. 오늘은 내게 완벽한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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