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법정, 모두가 멈춘채 앉아 있는 가운데, TV화면이 켜지고, Fast Forward로 재생되다가 정상 속도로 바뀐다.
벌거벗은 남녀가 격렬하게 정사를 나누는 화면과 함께 거친 신음소리가 법정에 퍼진다. 영상은 10초간 재생되다가 멈춘다.
재판장 : “쌍방 의견 진술하세요”
검사석을 비추는 조명이 켜진다.
검사 : 피고인은 한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임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여 주십시오.
검사석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고 피고인 석을 비추는 조명이 켜진다. 피고인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변호인 : 보신 바와 같이 이 사건 피해품이라는 것은 아무런 예술성도 없는 외설물에 불과합니다. 기껏 포르노테잎 하나 때문에 젊은 피고인의 미래를 지워버려서 되겠습니까. 검사는 강도치사죄를 적용했으니 이는 형식 논리에 빠진 무리한 법적용입니다.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격앙된 목소리 : 말도 안되는! 판사님 제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저 놈에게 사형을 내려주세요.
재판장 : 정숙! 정숙하세요. 재판을 마칩니다. 선고는 한 달 뒤 이 법정.
법봉을 세번 치는 소리.
조명이 모두 꺼지고 다시 비디오가 재생된다.
두 소년이 비디오테잎을 두고 실랑이를 하다가 한 소년이 넘어진다. 피고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비디오테잎을 들고 화면에서 사라진다. 넘어진 소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눈이 움직임이 없다.
웹하드 홈페이지 화면이 나오고 그 위로 광고문구가 뜬다.
“디지털이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듭니다”
남녀의 거친 신음소리가 점점 커져가다가 멈추며 모든 조명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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